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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심리학] 얼굴과 머리, 뺨 그리고 사랑의 매
최고관리자 조회수:13665 119.149.100.132
2013-01-08 02:35:03

얼굴과 머리, 뺨 그리고 사랑의 매

간이 콩알만 해졌다.
심장이 강하다.
허파에 바람이 들었다.
비위가 좋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가슴이 뜨끔하다.
눈이 높다.
얼굴이 뜨겁다.
목에 힘을 주다.
어깨를 짓누르다.
발이 묶이다.

몸과 마음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일 때가 많다. 나이가 어릴수록 더욱더 그러하다. <출처:gettyimages>

위 문장들의 공통점은? 신체의 일부분을 빗대어서 사람의 마음을 표현한 말들만 모아 본 것이다. 말 그대로 간이 콩알만 해진 것이 아니고 매우 놀랐다는 뜻이고 심장이 튼실한 것이 아니라 성격이 강인하다는 뜻이고 배가 실제로 아픈 것이 아니라 시기심이 생긴다는 뜻이다.

마음은 눈에 보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알아채기도 어렵고 설명하기도 난감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추상적인 마음을 구체적인 몸이나 물건, 풍경 등에 빗대어 표현하곤 한다. 특히 신체는 마음의 상태에 따라 쉽게 변화한다. 그 변화를 알아채고 활용하는 것이 인간관계에 중요하기 때문에 마음과 관련된 은유, 비유, 환유 등의 표현은 문화의존도가 다양하다. 표정, 시선 등이 문화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는다면, 신체 상징, 자세 등은 문화보편성이 높다(김인택, 부산대, 2009).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

 

마음의 변화를 알아챈 후에 마음에 영향을 주고 싶을 때도 우리는 신체의 일부분을 사용하곤 한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양팔로 가슴을 감싸거나 불편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배를 문지르거나 눈물이 나오면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을 까봐 눈을 끔뻑끔뻑한다. 몸과 마음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일 때가 많다. 나이가 어릴수록 더욱더 그러하다.

최근의 뇌 심리학 연구에서는 몸과 마음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조수아 그린과 조셉 팩스톤 (J. Greene, J. Paxton, 2009)은 마음의 변화와 뇌의 활동성 관계를 살펴보았다. ‘머리 굴린다’라는 표현은 잔꾀를 부리거나 거짓말을 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인데, 실제로 속임수를 쓸 때의 뇌를 fMRI로 찍어 보면 뇌세포의 활동성이 눈에 뛰게 증가했다. ‘머리로 피가 솟구친다’라는 표현 역시, 신체적 증거가 나타났다. 남캘리포니아대학 병원의 낙비와 후인(T. Naqvi, H. Hyuhn, 2009)은 화가 나는 상황에서는 경동맥을 통해 머리로 다량의 피가 쏠림을 확인했다.

우리는 화가 날 때 ‘머리로 피가 솟구친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실제로 화가 나는 상황에서는 경동맥을 통해 머리로 다량의 피가 쏠린다고 한다. <출처: gettyimages>

이런 신체적인 변화는 인식할 수는 없지만 의사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추측된다. 왜냐하면 뇌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인체기관이기 때문이다. 의식하지 않은 감정이나 지각 등이 정보처리의 선행 요소로 작용하여 선택과 판단, 의사결정 등의 상위 인지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을 검증하기 위해 2011년 로테르담 에라스무스 대학교 심리학과 팀은 게임기인 위(Wii) 균형판(balance board study) 실험을 실시했다. 먼저 참가자들을 위(Wii) 균형판 위에 서 있게 한 뒤 그들의 자세가 오른쪽과 왼쪽으로 기울었을 때 에펠탑의 높이나 알코올 음료의 도수를 추측하라고 했더니 오른 쪽으로 기울었을 때 더 큰 숫자로 반응했다. 그러나 정답을 알고 있을 때는 기울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2012년 동일한 실험상황에서 이번에는 정치적 성향을 질문했더니, 말이나 글로 질문했을 때와는 다르게 몸의 기울기에 따라 정치적 성향에 관한 답변이 달라졌다. 에라스무스 심리학과 연구진은 사람의 인지과정이란 합리적이고 의식적인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정보가 인지과정에 영향을 미쳐서 언뜻 보기에는 비합리적인 인지과정도 함께 발생하는데 그러한 인지적 정보중의 하나가 인체정보라고 실험결과를 해석했다.(Institute of Psychology, Erasmus University, Rotterdam, Netherlands, 2011 & 2012)

‘사랑의 매’가 아이에게 알려주는 것

 

아이들을 기르면서 ‘대체 저 아이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기에 저 모양일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자녀와의 관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 주어야 할지 잘 몰라 난감할 때 주로 부모들이 사용하는 표현이다(이 때 몸을 통해서 마음에 접근해보기 바란다.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심리학 ‘아이들은 왜 엄마를 좋아할까’ 참조).

아이들을 기르다 보면 ‘대체 저 아이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기에 저 모양일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출처:gettyimages>

칭찬이나 격려, 지지 등을 어린 자녀에게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는 보듬어 주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로서 아이를 훈육하기 위해서는 칭찬이나 격려, 지지 등이 아닌 다른 방식을 사용해야 될 때가 있다. 꾸중이 꼭 필요한 경우를 이름이다. 감정이 섞이지 않은 합리적 꾸중을 해야 하지만 꾸중을 하다 보면 화가 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꾸중은 야단으로 변질되면서 결국에는 참았던 분노가 폭발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체벌을 하게 된다. 아무리 합리적이고 교육적인 체벌이라도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현실적으로 참 많이도 쓰이고 있는 방법이 육체적 체벌 즉 매다.

2012년 올해 10월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학대 건수는 2001년 2105건에서 2011년 6058건으로 무려 3배나 증가했다. 아동학대의 전체사례 중 86.6%는 가정에서 이루어졌고 그 중 83.1%는 부모에 의한 것이었다. 미국 보건복지부(National Incidence Study: NIS)등을 필두로 여러 나라가 발표한 아동학대 유형 중에서 신체적 학대는 국가나 시기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개념도 1962년 Kempe가 “매 맞는 아이 증후군(battered child syndrome)”이라는 용어를 정의하면서 처음 시작했다.

잘못을 한 아이에게 부모가 매를 든다. ‘사랑의 매’ 또는 ‘합리적 체벌’을 하면서 아이가 다시는 매맞지 않을 방법을 배우기를 바란다. 아이는 무엇을 배울까? 안타깝게도 아이는 잘못을 하지 않는 것을 배우기보다는 누군가가 잘못을 할 때는 때려라를 먼저 배운다. 때리는 것을 의사소통의 한 방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뿐만 아니라 많은 부작용이 그 뒤를 따른다.

‘사랑의 매’를 통해 아이는 무엇을 배울까? 안타깝게도 아이는 잘못을 하지 않는 것을 배우기보다는 누군가가 잘못을 할 때는 때려라를 먼저 배운다. <출처:gettyimages>

미국 툴레인 대학(Tulane University) 심리학과 테일러(C, Taylor) 교수는 3살 무렵 부모에게 매를 맞은 아이가 5살이 되었을 때 매를 맞지 않은 아이보다 공격성을 50%이상 더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공격성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1살 때 매를 맞은 아이는 3살 때 인지능력도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듀크 대학의 발달심리학자 벌린(L. Berlin)이 발표했다(2009). 미국 뉴햄프셔대학교의 사회학과 교수 스트라우스(M. Straus, 2009)박사의 청소년 추적연구에 따르면 인지능력 저하는 2-9세의 매맞는 아동의 지능지수가 4년 후 평균 5점 정도의 하락을 가져왔음을 보여주었다.

매맞는 아이가 자라서 공격적이고 공부 못하는 아이로 자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2009년 미국 오하이오 대학 조나단 베스파(J. Vespa) 교수 팀은 3세대에 걸친 양육방법의 대물림 연구를 발표했다. 1979년 연구 시작 당시 14~22세였던 사람들 1133명을 대상으로 1996까지는 매년, 1996년부터 현재까지는 2년마다 한번씩 만나면서 조사 연구를 진행 중이다. 더불어 이들에게서 태어난 자녀들이 자라 부모가 됐을 경우 그 자녀를 어떻게 기르는지도 관찰하고 있다.

중요 연구 사항은 한 주당 체벌 횟수, 한 주당 애정표현 횟수, 한 주당 책 읽어주기 횟수 등이다. 세 행동 모두 부모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경향성이 나타났다. 특히, 매를 맞은 자녀는 자신의 자녀에게 매를 드는 비율이 맞지 않고 자란 자녀에 비해 150%이상 높았다.

왜 제가 머리를 맞아야 하죠?

 

뺨을 맞으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수치심이 생긴다. <출처: gettyimages>

등이나 손바닥, 엉덩이를 맞는 것은 신체의 일부분이 매를 맞는 것일 수도 있지만 머리를, 얼굴을, 뺨을 맞으면 거기에 더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수치심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머리나 얼굴을 맞게 되면 반성하기보다는 반항을 하게 된다. 학교에서 체벌이 허용되던 시기에, 엉덩이를 세게 맞아도 묵묵히 참던 학생이 출석부로 머리를 살짝 맞거나, 손으로 따귀를 조금 맞아도 학교를 박차고 뛰쳐나가곤 했었다. 목 위 부분을 때리는 것은 ‘합리적 사랑의 교편’이 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체벌, 사랑일까 학대일까

 

옳은 방향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처벌은 학대나 폭력과 다르지 않다. <출처: gettyimages>

2008년 미국의 아동질환기록(Archives of Disease in Childhood)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를 보면 우울증과 배우자와의 가정 폭력이 모두 있는 엄마는 2명 중 1명 꼴로 아이를 때리고, 우울증이나 가정 폭력 중 한 가지 문제가 있는 엄마는 3명 중 1명 꼴로 아이를 때리고, 우울증과 가정 폭력이 모두 없는 엄마는 4명 중 1명 꼴로 아이를 때렸다. 우울증과 가정 폭력이 모두 없는 엄마와 비교했을 때 두 가지 문제가 모두 있는 엄마는 250%나 더 아이를 체벌했다. 우울증만 있는 엄마는 60% 더, 가정 폭력만 있는 엄마는 50% 더 때렸다. 엄마가 아이를 때리는 이유는 아이의 행동과는 상관이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분포를 보인다. 올해 국회 아동학대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그리고 사회경제적, 심리적, 신체적 문제를 지닌 부모에 의한 것이다. 처음부터 아이를 매질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비슷한 시기에 행해진 노스캐롤라이나대 애덤 조로톨 박사팀 연구에 따르면 자녀를 때리는 부모도 처음에는 아이를 심하게 많이 때리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그냥 손바닥으로 교육적 목적을 가지고 한 번 손댄 정도였는데, 결국 매질로 이어졌다. 손바닥으로 아이를 때릴 때는 가장 때리기 쉬운 부위가 바로 머리, 얼굴, 뺨이 된다.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다.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처벌은 아이를 변화시킬 수도 있겠지만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처벌은 교육적 효과가 없다. 특히 머리, 얼굴, 뺨에 대한 ‘사랑의 매질’은 원치 않는 행동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더욱 더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검증되고 있다. 혹시라도, 아이를 때렸다가 맞은 아이가 ‘정신을 차리고’ 변화했다면 그나마 교육적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옳은 방향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처벌은 학대나 폭력과 다르지 않다. 사랑하는 자식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사랑하는 자식을 학대하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단지 잘못된 방법으로 사랑하는 부모가 있을 뿐이다.

김미라
서강대학교 평생교육원 심리학과 주임교수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억 및 학습법, 공부법 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으며 교육방송(EBS) ‘60분 부모’에 출연하여 효과적인 공부법에 대해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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