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일반상식

게시글 검색
[세계의 명소] 미국 "세쿼이아 국립공원"
최고관리자 조회수:13202 119.149.100.132
2013-01-06 02:27:21

세쿼이아 국립공원

말로 형언하기조차 힘든 대자연의 깊은 품속에 서면 왜소한 인간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캘리포니아의 등뼈,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산맥의 중심에 자리잡은 세쿼이아킹스캐니언 국립공원(Sequoia & Kings Canyon National Park). 거대한 나무숲 속을 걷는 마음은 경이로움으로 그득하다. 지금까지 보아온 산맥이나 만년설, 호수, 사막 등의 자연과는 차원이 다른, 하늘을 찌르는 듯한 거목 세쿼이아와의 만남 때문이다.

세쿼이아 국립공원의 거대한 삼림 속으로 진입하는 길의 나무들은 이끼로 그득하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볼 것이다

 

마음에 앞서 눈이 더 놀란다. 록키의 만년설도 처음이지만, 수천 년을 살아온, 마천루와 같이 우람하고 거대한 나무들과 조우하면 눈을 먼저 의심하게 된다. 만져보고, 올려다 보고, 사진으로 앵글에 담아보지만 그 신비함은 숲 속 깊은 곳으로 다가갈수록 깊어만 간다. 백 년도 채 살아보지 못한 인간들은 수천 년을 살아온 나무들을 바라보며 그 아래를 서성거린다. 한 마디씩 뱉어 내던 언어는 이내 침묵으로 변한다. 끝없는 감탄사만이 삼림 속을 울린다.

신비감에 취해 숲 속 더욱 깊은 곳으로 빨려들 듯 달려간다. 눈 앞의 풍경은 갈수록 태산이라 할까, 갈수록 상상 이상의 거목들이 출현한다. 더 이상 두 눈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다. 고개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도 이젠 수고로움이다. 방 다섯 개의 목조주택 40채를 능히 지을 수 있는 목재가 세쿼이아 나무 한 그루에서 나올 수 있다고 하니 그 육중함과 나무의 규모, 그 거대한 존재에 대한 경외감이 밀려온다. 공원의 이름도 ‘세쿼이아’라는 거대한 이 나무의 이름을 그대로 붙이게 된 것이라 하니 공원의 진가는 바로 나무 그 자체다.

국립공원 보안관은 서부에 거주하는 인디안, 국내 여행자, 외국인 모두에게 친절히 길을 안내한다.

거인들의 나라를 찾아 가는 길

 

1천 200여 종의 나무와 3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세쿼이아 국립공원은 킹스캐니언 국립공원과 합쳐 1350스퀘어마일(약 3490km²)에 이르는 광대한 산악 지대를 품에 안고 있다. 와이오밍 주의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다음으로,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두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 남단 베이커스필드를 출발하여 세쿼이아 국립공원 남단으로 진입했다. 198번 국도를 타고 진입하면 스리리버스(Three Rivers) 마을을 지나 애쉬 산(Ash Mountain)으로 진입한다. 이 길이 세쿼이아 국립 공원의 남단 진출로이다.

드디어 공원의 입구. 방문객 센터에서 간략한 지형 소개를 듣고 차량은 미끄러지듯 세쿼이아의 품 안으로 들어간다. 숲이 우거진 자이언트 숲(Giant Forest)에 접근하자 거대한 나무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거인국에 선 걸리버가 연상되면서,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공원 안으로 진입하면 도로를 가로막고 서 있는 천년 수령의 거대한 나무들이 보인다. 5m 간격으로 솟아오른 네 그루의 세콰이어 나무들이 위쪽에서 합쳐지며 하나의 나무처럼 서 있는 가운데, 그 아래로는 마치 터널처럼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뚫려 있었다.

절묘한 신의 섭리가 아닐까? 천년 전 그 누가 이곳에 이처럼 절묘하게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길을 만들게 할 수 있었을까. 이곳을 오가는 육중한 자동차도 이 세쿼이아 나무 아래에 서면 한낮 작은 딱정벌레에 지나지 않는다. 세쿼이아 국립공원에서 가장 큰 나무를 찾아 나섰다. 이토록 거대한 나무들 중에 더 큰 나무를 찾아 나선다는 것이, 어쩌면 무의미한 일처럼 느껴진다.

뿌리채 뽑힌 거대한 세쿼이아 나무를 아래에서 경이로운 듯 바라보고 있는 여행자.

위대하고 포근한 나무 그늘 아래

 

세계 제일을 자랑하는 거대한 세쿼이아 나무들 중 가장 큰 나무는 ‘셔먼 장군’(General Sherman) 나무다. 1879년 이곳을 찾아온 울버턴(Wolverton)이라는 사람이 이 나무를 발견하고 남북 전쟁 당시 최고의 사령관이었던 셔먼 장군을 기리기 위해 이름을 붙인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연령이나 높이로는 다른 곳에 있는 나무에 미치지 못할 수 있지만 부피로는 세계 제일이며 나이는 2200년에서 2500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놀라운 나무들 외에도 세쿼이아&킹스캐니언 국립공원은 알래스카를 제외한 북미 대륙의 최고봉 휘트니산(Mt. Whitney)를 위시하여 하늘을 찌르는 봉우리들, 만년설로 둘러싸인 맑은 호수들, 여름이면 야생화로 뒤덮이는 목장, 빙하에 의해 깊게 파인 계곡 등 무한한 아름다움을 사시사철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가히 천하절경의 대공원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볼거리가 있어 공원 내 크레센트 목장(Crescent Meadow)으로 진입했다. 바로 터널 로그(Tunnel Log)를 만나기 위함이다. 거대한 세쿼이아 나무가 길을 막고 쓰러져 있는 모양으로, 그 나무 아래로 구멍이 뚫려 있어 자동차 2대가 쌍방으로 지나칠 수 있을 정도다. 폭과 높이는 10m와 5m를 각각 넘는 다. 1시간여 숲 속의 눈길을 걸어온 뒤 만나게 되는 터널 로그의 모습은 놀랍다. 어머니의 품속 같은 포근함을 전해주는 거대한 나무 아래 서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다.

한국에서 수송해간 탐험 차량이 거대한 세쿼이아 나무 아래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인간 세상에서 벗어난 자연의 품 안에서

 

세쿼이아 국립 공원은 눈길을 돌리는 매 순간마다 경이로움이 가득하다. 세계에서 제일 부피가 큰 나무 사이를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가득한데, 청정 자연 속에서 향나무 냄새 짙은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세쿼이아가 주는 또다른 고마운 선물이다. 세쿼이아의 정상이라 할 만한 인근의 모로바위(Moro Rock) 정상 위에 바람을 가르며 우뚝 서 본다. 시에라네바다의 1만 4천 피트 급의 봉우리들이 11개나 고개를 들고 반기듯 서 있으며, 1만 2천 피트 급의 주변 산들이 산맥을 이어내고 있었다.

한국의 설악산 울산바위 같이 찌를 듯 하늘로 향하는 1/4마일 계단으로 정상에 도달한다. 정상에서는 동쪽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연봉이 보이며 남쪽으론 계곡 사이를 실오라기 같이 흘러 내려가는 카위아 강(Kaweah River)을 볼 수 있다. 특히 이 곳에서 만나는 석양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고요히 숨죽여 바라본다. 감동으로 연이어 터져 나오는 긴박한 셔터소리와 눈빛으로 토해내는 감탄사들이 깊은 계곡의 고요를 깨운다.

자연은 언제나 인간의 지친 마음을 위로한다. 주변에 300여 개가 넘는 산들이 연이어 봉우리를 내밀고 서 있는 장관을 바라보며, 험준한 지형과 다양한 산의 형세가 만들어낸 대자연의 신비와 경이로움에 취해 간다. 호수와 계곡, 눈과 거목들. 초연한 자연을 바라보다 보면 그 속으로 점점 몰입된다. 운무에 휩싸인 산악과 흰 눈 덮인 호수의 품. 세쿼이아 국립공원은 한결같은 자연이자, 어머니의 따스한 품과 같이 포근하게 인간을 위로하는 생명의 피안이다.

180번 도로 옆, 킹스캐니언으로 이어지는 호수에서 바라본 세쿼이아 국립공원

여행정보

 

가는 길
LA에서 5번 프리웨이를 타고 북상하다가 99번 프리웨이를 타고 95마일 정도 계속 북쪽으로 향한다. 베이커스필드를 지나서 나오는 비살리아(Visalia)에서, 이어지는 198번 하이웨이를 타고 동쪽으로 58마일 향하면 세쿼이아 국립공원에 진입한다. 198번 도로는 킹스캐니언 국립공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편도 240마일 정도. 99번에서 북상하면서 나오는 65번 하이웨이를 타고 198번 하이웨이로 들어서는 방법도 괜찮다. 쪽 뻗어 내린 99번보다 다소 굽이진 길을 운전해야 하지만, 캘리포니아 농지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여행자들의 시선을 즐겁게 해 주는 길이다.

이 공원 안에는 1천200여 종의 나무와 식물이 살고 있으며 300여 종의 동물과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광범한 산악지대를 품에 안고 있는 이 국립공원은 1800년대 중반기에 이르러 세인의 주목을 끌면서 미국정부의 조사가 시작됐으며, 신기한 세쿼이아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1890년 9월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국립공원 제도가 생긴 이후 최초인 옐로우스톤 다음으로 두 번째 국립공원이 된 셈이다. 현재 세쿼이아 국립공원은 관광객이 연간 200만을 넘는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글·사진
함길수
지구의 길 위에서 희망을 보았다. 사진작가로 자동차 탐험가로 살아오며 세상 아름다움에 감동했다. 길에서 얻은 행복을 함께 공감하고 나누는 길만이 더 행복해 지는 길이라 믿는다. 저서로 [소유하지 않으면 떠날 수 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자유여행 40(세계편)] 등이 있다. (http://blog.naver.com/ham914)

댓글[0]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