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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산책] 단맛을 내는 흰색 결정 "설탕(sug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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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0 05:04:51

설탕(sugar)

설탕 결정 입자. <출처: (cc) Lauri Andler(Phantom at wikimedia.org)>

대한 당뇨병 학회에서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당뇨환자는 약 320만 명이며, 2050년에 이르러서는 약 591만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먹는 수입산 가공식품으로 밀가루와 설탕이 으뜸을 차지하고 있다. 유전자 이상이 아닌 후천성 당뇨병은 장기간 과다한 당분섭취에 의한 발병이 주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는 우리에게 단맛을 안겨 주지만, 당뇨병 환자에게는 기피 대상인 설탕에 대해서 알아보자.

단당과 이당

포도당(glucose)을 비롯하여 과당(fructose), 갈락토오스(galactose), 마노스(mannose)등은 단맛이 나는 분자들로, 단당(單糖, monosaccharide) 이다. 모노사카라이드(monosaccharide)는 한 개라는 의미의 모노(mono)와 설탕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인 사카라이드(saccharide)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이다. 인공 감미료의 대명사 격인 사카린(saccharin)도 그 어원은 설탕에서 파생된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설탕(雪糖, sugar, sucrose)은 이당(disaccharide)이다. 이당은 둘을 의미하는 다이(di)로 시작되는 단어이므로 단당 분자 2개로 구성된 분자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설탕과 함께 젖당(lactose)과 맥아당(maltose)도 이당 분자들이다.

단당인 포도당과 과당의 분자구조.

단당으로부터 이당, 올리고당의 형성

설탕(sugar)은 단당인 포도당 1분자와 과당 1분자가 화학결합이 되어 만들어진 분자이다. 단당의 분자식은 C6H12O6 이며, 이당의 분자식은 단당 분자 2개가 결합을 하면서 물(H2O)이 빠져 나가므로 C12H22O11 이다. 한 분자에 있는 OH기(hydroxyl기)와 다른 분자에 있는 OH기가 결합을 하여, 물이 생성되면서 두 분자 간에 결합이 형성된다. 일반적으로 당 분자의 OH기와 또 다른 당분자의 OH기 혹은 유기 화합물의 OH기가 반응하여 물이 빠지면서 형성되는 공유결합을 글리코시드 결합(glycosidic bond)이라 한다. 분자구조를 볼 때 단당들은 글리코시드 결합을 할 수 있는 OH기가 적어도 4-5개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종류의 단당이 있으며, 또한 그 단당들이 가지고 있는 OH기의 위치와 수를 생각해 보면 생성 가능한 이당 분자들의 종류는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설탕의 분자구조. 설탕은 포도당(왼쪽)과 과당(오른쪽)이 결합된 이당 분자다.

대표적인 이당으로 설탕이 있으며, 젖당(혹은 유당)과 맥아당도 이당으로 단맛이 나는 분자이다. 젖당은 포도당 1분자와 갈락토오스 1분자가 결합되어 있는 분자로,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우유와 모유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젖당을 본래의 구성 성분인 포도당과 갈락토오스로 분해하는 효소를 락타아제(lactase)라 한다. 락타아제가 부족한 사람들은 우유를 마시면 속이 거북하고, 심할 경우 복통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맥아당(maltose)은 포도당 분자 2개가 글리코시드 결합으로 형성된 분자이다. 물엿은 맥아당이 주 성분인 점도가 높은 액체이다. 녹말에 분해효소인 베타-아밀라아제를 첨가하면 녹말에 포함된 포도당으로 구성된 고분자들을 신기하게도 포도당 2개 묶음 단위로 잘라내어 수 많은 맥아당 분자를 만들어 낸다. 설탕도 설탕 분해 효소인 수크라아제(sucrase)를 만나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된다. 그러므로 진한 설탕 시럽을 수크라아제로 분해하면 같은 양의 포도당과 과당이 포함된 시럽이 된다. 이것을 전화당(invert sugar)이라 하며, 순수한 설탕 시럽보다 더 단맛이 난다. 벌꿀이 설탕보다 훨씬 단맛이 나는 이유도 꿀의 주성분이 과당과 포도당이 거의 70% 정도되는 유사한 전화당 시럽이기 때문이다.

벌꿀은 전화당 시럽으로 설탕보다 더 달다. <출처: GettyImages>

설탕의 정제에 따라 색이 다르다. 순수한 설탕은 흰색이다. <출처: GettyImages>

올리고당(oligosaccharide)이라 부르는 당들은 보통 3개 이상 10개 미만의 단당이 결합한 분자를 말한다. 올리고(oligo-)는 소량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정 수의 당 분자들이 결합하여 형성된 당이 올리고당이다. 어떤 종류의 단당이 얼마나 많이 결합되느냐에 따라 종류가 다른 올리고당이 만들어질 것이고, 그것들의 당도도 차이가 난다. 올리고당은 많은 음식의 단맛을 살리는데 많이 이용된다. 체내에 있는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올리고당은 설탕보다 적은 열량을 낼 수 있으므로 저 열량 가공 식품에 이용된다.

가공 식품 기호 1위를 차지한 밀가루도 결국은 분해가 되면 맥아당도 되고, 포도당도 될 것이다. 왜냐하면 밀가루의 주성분인 녹말은 포도당으로 이루어진 고분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설탕을 비롯한 이당은 분해되면 역시 포도당이 생성이 된다. 단당, 이당, 올리고당, 녹말은 모두 탄수화물의 한 종류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분자식은 (CH2O)n으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 한 개와 물 분자 한 개가 1:1의 비율로 분자가 구성되어 있기에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식품의 구성 성분을 표시하는 라벨에는 식품에 포함된 당의 함량을 각각 표시하는 대신에 탄수화물의 함량으로 한꺼번에 표기한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녹말을 구성하는 아밀로오스 분자 구조. 많은 포도당이 결합된 형태다. 분해되면 결국 포도당으로 나눠진다.

설탕 양을 측정하기

수용액에서 녹아있는 설탕의 양을 재는 척도로 브릭스(Brix)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1 브릭스 용액은 100그램의 용액에 1그램의 설탕이 포함된 용액을 의미한다. 브릭스 단위는 포도주, 탄산음료, 주스를 다루는 식품 산업에서 전통적으로 많이 이용되어 왔다. 순수한 설탕물에 포함된 설탕의 양은 설탕물의 비중을 측정하고(일정한 온도에서), 표준치와 비교를 해서 알 수 있다. 또한 설탕물의 굴절률을 측정해서 표준치와 비교를 해도 설탕의 양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식품에 순수한 설탕만 있는 경우는 드물다. 예를 들어서 과일주스에는 설탕보다 포도당 혹은 과당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고, 그 비율도 과일에 따라 제 각각이다. 그렇지만 과일주스 혹은 와인에 있는 모든 당의 총량이 나타낼 수 있는 브릭스 값은 같은 양의 설탕으로 만든 용액이 나타낼 수 있는 브릭스 값과 오차 범위에서 거의 일치한다. 용액의 굴절률 혹은 비중을 측정하는 것만으로도 단맛의 세기를 어림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발효가 되어 알코올이 생성되면 알코올로 인해서 비중은 감소하고, 용액의 굴절률은 증가하므로, 브릭스 값 적용에 신중해야 된다.

와인 생산자가 휴대용 당도계로 당도를 측정하는 모습. 설탕물의 농도가 굴절률에 비례하는 것을 이용하여 당도를 측정한다. <출처: (cc) Kandschwar at Wikimedia.org>

포도당 농도와 당뇨

건강 검진에서는 8시간 이상을 굶고 나서 채취한 혈액에 있는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여, 그 값을 당뇨 여부를 판단하는데 이용한다. 만일 포도당 농도가 110 mg/dl(6.1 mmol/L)이하 이면 정상 판정을 받는다. 그러나 126 mg/dl(7.0 mmol/L) 이상이면 재 검사의 대상이 된다. 인슐린(insulin)이 체내에서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거나, 인슐린의 양이 부족하여 당의 분해가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혈액 내 당의 농도가 높아진다. 그러므로 소변으로 과량의 당이 배출된다. 당뇨 환자가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 일시적으로 혈액 속의 포도당 농도를 정상 범위로 되돌릴 수 있다. 인슐린은 51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로, 호르몬이며, 췌장(pancreas)에서 분비된다. 인슐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혈액에서 포도당을 포획하여 간이나 근육에 글라이코겐(glycogen, 글리코겐)으로 저장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저장되어 있는 글라이코겐을 분해하여 생성된 포도당을 이용하여 힘을 쓴다. 그러나 인슐린이 문제를 일으키면 혈액에 있는 포도당을 포획하여 간이나 근육에 저장하는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므로 이미 저장되어 있는 지방 혹은 단백질(protein)을 분해하여 에너지로 사용한다. 그러므로 당뇨가 진행된 환자는 몸이 마른 경우가 대부분이며, 혈액에 포도당 농도가 증가하면서 각종 혈관질환을 일으키거나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인슐린 약병. 인슐린은 포도당을 포획하여 간이나 근육에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포도당 정제. 신속히 포도당을 공급할 필요가 있을 때 쓰인다.

당, 넘쳐도 문제, 모자라도 문제.

탄수화물이 아니면서 세상에서 가장 단맛이 나는 러그던에임(lugduname)이라는 화학물질이 있다. 식용으로 아직 허용이 되지 않고 있으며, 설탕 보다 약 20-30만배 더 달다고 한다. 이 정도의 강력한 단맛 분자라면 스쳐 지나가지만 해도 단맛이 날지도 모르겠다. 당이 넘치면 문제가 되지만 부족해도 문제가 된다. 일시적으로 부족한 당을 신속히 공급하기 위한 포도당 정제(tablet)도 판매되고 있다. 부족해도, 넘쳐도 안 되는 화학물질의 균형은 우리가 보고 배워야 될 듯싶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퀴리 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를 썼고, <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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