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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구석구석] 제주 물영아리오름과 용눈이오름
최고관리자 조회수:13750 119.149.100.132
2013-01-07 04:02:19

제주 물영아리오름과 용눈이오름

수없이 많은 영화와 드라마, CF 촬영지에 이름을 올렸던 제주도가 올해 최고의 멜로 영화로 꼽히는 [늑대소년]과 만나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순이와 철수의 애틋한 러브 스토리를 품고 있는 특별한 ‘그곳’으로 함께 떠나보자.

소년 소녀 주인공이 뛰놀던 그곳으로

 

올 연말 최고의 멜로 영화로 꼽히는 <늑대소년> (사진제공:흥미진진)

폐질환을 앓고 있는 병약한 소녀 순이 앞에 갑자기 '철수'라는 이상한 소년이 나타난다.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쓰며 심지어 먹을 것만 보면 안하무인이 되는 야생의 눈빛을 지닌 이해할 수 없는 아이. 하지만 알게 모르게 자신을 지켜주는 철수에게 차츰 마음을 열면서 순이도 점점 건강하고 밝아지게 된다. 하지만 순이를 짝사랑하는 지태의 계략에 철수의 야생성이 발현되고 결국 둘은 헤어지게 된다.

요양을 위해 시골로 이사 온 한 소녀와 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채 살아온 정체불명의 거친 소년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영화 [늑대소년]. 판타지적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에 순수한 영상미가 더해져 어느 새 7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찾아들었다. 꽃미남 배우 송중기와 박보영의 환상적인 연기 호흡도 일품이지만, 자칫 사실감이 떨어질 수 있는 이야기에 몽환적인 상상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는 건 제작진이 사전에 그토록 공을 들였다는 촬영 장소들이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라는 의문이 절로 생길 만큼 스크린을 꽉 채운 아름다운 풍경들. 순이와 철수의 애잔한 추억이 묻어나는 ‘그곳’들이 궁금해져 영화가 끝나고도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뜰 수가 없다.

촬영 장소들이 적혀 있는 엔딩 크레딧에서 유독 눈에 띄는 두 곳이 제주의 ‘물영아리오름’과 ‘용눈이오름’이다. 그동안 가려져 있던 제주 오름의 비경을 [늑대소년]에서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영화만으로 아쉽다면 직접 ‘그곳’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철수와 순이가 신나게 내달리며 마음껏 즐거워하던 그곳에서 영화의 여운을 실컷 만끽할 수 있다. 마음 따스해지던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제주에서도 유명한 오름 두 곳을 찾았다.

드넓은 제주의 들판을 거닐며

 

물영아리오름 앞 초지에서 촬영된 동네 꼬마들의 야구 장면 (사진제공:흥미진진)

순자와 동네 꼬마 친구들이 철수와 함께 야구를 하며 놀던 장면은 제주도 남원읍에 자리한 물영아리오름에서 촬영되었다. 푸른 초지 뒤로 빽빽하게 둘러선 삼나무 숲이 무척 인상적인 곳이다. 영화에서 철수가 던진 공이 숲 속 너머로 사라져 버리는데 사실 그가 ‘늑대소년’이기에 가능했지, 일반인이라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초원 부지가 넓다. 실제 초원 지대는 철조망이 쳐져서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초원의 주인은 사람이 아닌 소들이다. 날씨가 좋은 때에는 100여 마리의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무척 평화롭게 보이지만 역시나 제주답게 이곳도 바람이 끊이지 않고 불어온다. 심지어 맑은 하늘이 갑자기 변덕을 부리며 비나 눈을 흩뿌리기도 한다. 실제 촬영 때에도 바람 때문에 많이 고생했다는 후문이다. 취재차 방문했을 때에도 맑은 하늘이 점점 흐려지더니 순식간에 함박눈이 바람과 함께 휘몰아쳤다. 문득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초원 끝 저쯤에서 철수가 홀로 눈사람을 만들며 여전히 호호백발이 된 순이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다만 그 장면의 촬영지가 물영아리오름이 아니라는 것일 뿐, 잠시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세상과 단절된 고요 속에서 산을 오르다

 

이국적인 정취가 흐르는 삼나무 숲속

영화에는 초원과 삼나무 숲만 비춰졌지만 시선을 조금만 위로 올리면 전혀 색다른 풍경을 만나게 된다. 삼나무 숲에 둘러싸인 물영아리오름이 초지 뒤편으로 봉긋이 솟아오른 모습은 영화 밖에서 만나는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이다. 물영아리오름을 그저 아래에서 바라보기만 한다면 수박 겉핥기 식밖에 안 된다. 이곳의 진가는 진정 오름을 올라야만 맛볼 수 있다. 여느 오름과 달리 정상부에 형성된 분화구에 물이 고여 습지를 이루고 있는 '특별한' 오름이기 때문이다. 물영아리오름은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람사르 습지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생태 보전 지역이다.

분화구까지는 20분 남짓 걸린다. 탐방로가 잘 꾸며져 있어 길 찾기가 어렵진 않지만 오르는 길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단이어서 천천히 쉬어가면서 오르는 게 좋다. 분화구 안에도 탐방로가 개설되어 있어 습지 가장자리를 따라 깊숙이 들어가 볼 수 있다. 겨울에는 물이 많이 스며들어 습지 분위기가 덜하지만 여름에는 천연 습지의 느낌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분화구 안에 들어서면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요함이 가장 먼저 느껴진다. 어디선가 멀리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순간 비현실적인 공간에 놓인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휴대전화마저 수신이 잘 되지 않으니 잠시라도 일상과의 완벽한 단절을 꿈꾼다면 꼭 올라봐야 할 일이다. 세상 사람들에 쫓겨 내몰린 ‘늑대소년’에게도 안전한 은신처가 되어줄 것 같은 곳이다.

천진난만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득한 오름

 

용눈이오름의 유려한 곡선미가 여성적인 미를 발산한다

까칠하던 순이가 철수와 더불어 공을 차면서 마음껏 웃고 달리던 장면은 용눈이오름에서 촬영되었다. 이리저리 공을 쫓아 열심히 달리던 철수에게 '기다려!'를 외치며 귀여운 반칙을 일삼는 순이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부드러우면서 유려한 곡선미를 뽐내는 용눈이오름은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펼쳐내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꾸밈없는 대자연과 어우러져 한 편의 동화 같은 장면이 완성되었다.

용눈이오름은 오랜 사진 작업을 통해 세간에 오름의 진가를 알린 고 김영갑 작가가 가장 사랑했던 곳이기도 하다. 오름의 홍보대사라고나 할까. 지금도 많은 사진작가와 여행자들이 끊임없이 찾으며,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어 더욱 사랑받고 있다. 경사가 완만하고 탐방로가 길지 않아 가벼운 산책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정상부까지는 10~15분 남짓 걸리며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도는 데도 30~40분 정도면 충분하다. 정상부에서 서면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한눈에 들어오며 반대편으로는 멀리 한라산까지 내다보인다.

용눈이오름에서 바라보는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 전망도 무척 훌륭하다. 용눈이오름과 가까우니 시간이 된다면 이 두 곳도 한번 올라보기를 권한다. 서로 비슷한 곳에 있지만 올라서 바라보는 풍경이 모두 다르다.

 

여행정보

 

 

 

 

 

<가는 길>

물영아리오름 : 제주국제공항 → 용문로 → 월성사거리에서 시청 방면 우회전 → 오라오거리에서 좌측 9시 방향 → 국립박물관사거리에서 표선, 봉개동 방면 우회전 → 번영로 → 남조로 교차로에서 남원 방면 우회전 → 남조로 → 물영아리오름
용눈이오름 : 제주국제공항 → 용문로 → 월성사거리에서 시청 방면 우회전 → 오라오거리에서 좌측 9시 방향 → 국립박물관사거리에서 표선, 봉개동 방면 우회전 → 번영로 → 대천동사거리에서 평대, 비자림 방면 좌회전 → 비자림로 → 송당리에서 송산, 성읍 방면 우측 방향 → 손자봉에서 하도 방면 좌측 방향 → 용눈이오름

※ 위 정보는 2012년 12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글·사진
정은주(여행작가) (http://korean.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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