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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세계] 축구의 탄생
최고관리자 조회수:17366 119.149.100.132
2012-12-24 06:08:29

축구의 탄생

축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도대체 축구는 언제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오늘날과 같은 축구가 아닐지라도, 최소한의 물리적 규칙과 사회적 약속에 근거하여 공놀이를 한 것을 축구의 기원이라고 생각해 보자. 둥근 물체에 일정한 규격을 정하고 그것을 발로 차거나 들고 뛰는 행위에 최소한의 목적을 부여함으로써 순간적인 즉흥이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인 약속으로 ‘일부러 하는 행위’ 말이다. 제의 목적이든 놀이 목적이든 군사 훈련의 목적이든, 일정한 약속과 지속적인 패턴을 가진 행위로 둥근 물체를 차는 것, 이를 축구라고 부른다면 그 기원은 어디가 되는 것일까.

피파가 인정하는 축구의 기원은?

 

고대 중국의 추슈

오랫동안 중국축구협회는 고대 한나라 제국의 황제가 군사 훈련 목적으로 둥근 물체에 공기를 집어넣고 일정한 대형을 갖춰 차고 달리기를 시켰으니 이를 ‘추슈’(축국, 蹴鞠)라고 불렀다는 기록을 들어 축구의 기원이 중국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피파도 이 주장을 받아들여 축구의 기원으로 고대 중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가죽주머니에 동물의 털을 넣거나 돼지나 소의 오줌통에 공기를 넣어 찼다고 한다. 오늘날의 골문과 흡사한 기능을 하는 문을 만들어 차넣기도 하고 빙 둘러서서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차는 방식도 있었다.

그런데 이같은 행위는, 기원전 200여 년 전의 한나라만이 아니라 지구 곳곳의 고대 국가에서 쉽게 발견되는 양상이다. 지금으로부터 3500년 전 쯤에 북중미 대륙에서 고무공이 만들어졌고 3200년 전 쯤에는 널찍한 경기장도 있었다는 기록이다. 물론 그 공이나 경기장은 근대적인 스포츠나 중세적인 놀이 보다는 주술이나 군사 훈련의 목적이 더 컸다.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북중미 고대 문화권에서는 ‘울라마’(ulama)라는 공 문화가 전해져 오고 있는데, 요즘은 옛 양식을 복원한 관광문화의 일종이지만, 고대 문명에서는 인신공양까지 포함된 종교적 제의 행사의 하나였다.

북중미 고대 문화권의 울라마(ulama)

비전투적인 전투, 중세의 축구

 

고대에서 중세로 접어들수록 공놀이는 과격한 격투로 변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에스피코로스가 있었고 이를 이어받은 기원전 350년 전 쯤의 고대 로마에는 하르파스툼이 있었다. 최고 전성기 때의 고대 로마는 그 영토가 동쪽으로 지금의 시리아와 이집트까지 서쪽으로 포르투갈과 영국까지 펼쳐져 있었으므로 그들의 공놀이 ‘하르파스툼’이 총독의 의전이나 식민지 사병들의 훈련용으로 번져 중세기의 유럽 여러 나라로 전승되었고 그것이 중세로 이어지면서 각 마을 단위의 세시풍속의 격렬한 놀이문화로 이어졌다.

고대 시대가 일정한 형식에 맞춰 집단 군무나 제례를 행하는 것이었다면 중세의 농촌 공동체에서 공놀이는 ‘비전투적인 전투’ 즉 가상의 전쟁을 세시풍속의 놀이로 전화시킨 싸움의 형태를 띠게 된다. 우리의 차전놀이나 강강술래가 전쟁에 그 기원을 두듯이 중세의 축구는 ‘모의 전투’에 가까웠고 실제로 벌어진 행위도 너무나 격렬한 몸싸움의 연속이었다.

피렌체의 칼치오(calcio).

고대 로마의 하르파스툼은 오늘날의 럭비와 흡사한, 그러나 럭비 보다 훨씬 거친 경기인데, 그 원형이 피렌체의 ‘칼치오’로 아직 남아 있다. 이탈리아에서 칼치오라는 단어는 오늘날의 축구를 가리키는 말이자 동시에 피렌체 지방의 전통 축구를 가리킨다. ‘우디네세 칼치오’, ‘칼리아리 칼치오’, ‘카타니아 칼치오’ 같은 팀은 우리가 아는 바로 그 축구를 하는 팀 이름이지만 피렌체로 가면 두 갈래로 나뉜다. 이 지역에서는 칼치오가 전통 축구로 먼저 부각된다. 정식 명칭은 칼치오 스토리코 피오렌티노(Calcio Storico Fiorentino), ‘피렌체 지방의 전통 축구’라는 뜻이다. 네 팀이 리그를 펼친 후 매년 6월에 결승전을 벌인다. 옷 색깔로 피렌체의 네 지역 대표팀이 구분되는데 그중 빨강 색 팀이 산타 마리아 노벨라. 후기 르네상스의 화가 지오반니 스트라다노는 1555년에 바로 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지역의 칼치오 경기 장면을 그림으로 남겨 놓기도 했다.

1555년의 그림이나 오늘날 피렌체의 칼치오나 동일하게 이어지는 전통은 선수들이 공을 차거나 들고 뛰는 일 말고도, 공과 무관하게, 상대 선수와 주먹다짐을 벌이고 쓰러트리고 발로 (공이 아니라 사람을) 찬다는 것이다. 이 중세 전통 축구 칼치오와 흡사한 형태로 프랑스의 술(Soule), 영국의 쉬로브타이드 풋볼(Shrovetide Football) 등이 있다. 특별한 경기 규칙이 없다는 게 거의 유일한 규칙이었다. 엔트리 제한 없는 마을 대항전이기 때문에 이웃한 마을 사람들 거의 모두가 우루루 몰려다니며 야유도 하고 때리기도 하는 식이었다.

프랑스의 술(Soule)

주술 행위나 영토 확장시대의 전투 훈련으로 공을 찼던 목적과 달리 중세에 공을 차는 행위는 농촌 공동체의 세시풍속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하일 바흐찐이 말한 ‘카니발리즘’이 이 중세 전통 축구의 정념을 설명해준다. 즉 중세 신분 사회는 엄격한 위계질서의 통제로 유지되는데, 마을 사람들은 수호성인의 날이나 수확기에 한바탕 떠들썩하게 즐김으로써 이 억압적인 질서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보는 것이다. 권력자들 또한 1년 중의 몇날 며칠은 그렇게 맘껏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문화 통치를 활용했다. 이렇게 위계질서가 교란된 ‘카니발’의 상태에서 사람들은 전복의 꿈도 꿔보는 것이다.

잉글랜드의 쉬로브타이드 풋볼(Shrovetide Football).

물론 극단적으로 노는 것, 다시 말해 놀이의 정념이 위계질서를 뒤흔들 정도로 범람하는 것은 엄격히 단속했다. 1369년에 에드워드 3세는 축구 금지령을 내렸는데, 이 축구 종주국의 조상들은 그때 이후로 무려 350여 년 동안이나 공차기를 즐기지 못했다.

16세기 플랑드르(오늘날 네덜란드와 벨기에 지역)의 저명한 풍속화가 페테르 브뤼헬의 작품을 보면 이러한 ‘일상의 문화적 지배와 민중의 놀이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브뤼헬은 농촌 마을의 세시 풍속과 놀이문화를 많이 그렸는데, 얼핏 보면 그림 속의 중세 농민들은 즐겁게 한 시절을 노는 듯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꼼꼼이 들여다보면 그렇게 ‘질펀하게’ 노는 것을 경계하고 계몽하는, 심지어 거의 ‘정신줄’을 놓고 노는 행위에 나타나는 기괴한 폭력성과 광기까지 브뤼헬은 묘사하고 있다.

브뢰헬의 [아이들의 놀이]

문명화와 근대 스포츠의 탄생

 

노르베르트 엘리아스는 대작 [문명화 과정]에서 15세기의 폭력적인 행동 양태나 16세기 파리에서 벌어진 요하네스 축제의 고양이 화형식 같은 것을 예로 들면서 중세의 이 격렬한 놀이 문화가 점점 ‘세련화’, ‘문명화’를 거쳐 사라지거나 완화되는 것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중세 때 거침없이 표현되었던 감정들이 근대에 접어들면서 점점 “세련되고 합리적인 형태로 변형되어 문명화된 사회의 일상에서 정확하게 규정된 정당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고 썼다. 그가 적시한 대표적인 ‘문명화’ 형태가 바로 근대 스포츠다.

엘리아스는 “공격적으로 표출되던 쾌락이 수동적이고 순화된 관전의 쾌락”으로 전환되었다고 말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19세기 중엽, 영국의 사립학교나 유럽 각국의 근대식 군대에서 매우 체계적인 교육 규정과 훈련 규칙으로 스포츠가 자리잡는 과정을 연상할 수 있으며 마침내 1857년, 잉글랜드의 탄광지대 셰필드에서 최초의 프로축구 클럽이 탄생하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세계 최초의 프로축구 클럽, 셰필드 F.C.

마침내 오늘날 즐기고 있는 축구가, 고대의 주술과 중세의 놀이를 거쳐, 근대 산업혁명기의 영국에서, 탄광지대(셰필드)와 철광지대(맨체스터)와 산업항구(리버풀)에서, 마침내 근대 스포츠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어지는 축구의세계

목차
     · 근대 스포츠 축구의 정의      · 유럽축구
     · 남미축구      · 축구 규칙
정윤수 / 축구칼럼니스트
1995년 문화비평지 계간 [리뷰]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스포츠와 문화 전반에 걸쳐 연구 비평 작업을 해왔다. 인문학 단체 [풀로엮은집]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kbsn스포츠, 마산mbc 등에서 축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였다. 저서로 [축구장을 보호하라], [클래식, 시대를 듣다], [인공낙원 - 현대도시와 삶에 대한 성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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