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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정전] 열혈강호, 양재현/전극진
최고관리자 조회수:18960 119.149.100.132
2012-12-16 04:29:34

열혈강호, 양재현/전극진

양재현/전극진, 열혈강호, 1994년 [영챔프] 연재 개시

작품에 대하여 : 누적판매부수 500만부, 구독 회수 10억회 기록한 인기 만화

양재현/전극진의 [열혈강호]는 1994년 만화잡지 [영챔프] 창간과 함께 연재된 작품이다. 90년대 만화계를 장악했던 코믹스 시대의 대표작으로 전통적인 무협만화의 형식적 틀거리를 바탕으로 코믹과 섹시 코드가 버무려져서 탄생한 혼성장르만화이다. 이 작품에 명명된 장르명은 이른바 ‘코믹섹시무협’이다. 영웅서사의 주인공에게 주어진 소명과 무협서사의 주인공에게 얽힌 혈족간의 운명적 대립, 게임서사의 주인공이 해결해야 하는 더 강한 상대와의 대전이 펼쳐지고 작가들이 밝힌 것과 같이 90년대를 풍미했던 일본망가 [시티헌터]의 코믹과 허세까지 담아낸 초장편만화이다. [열혈강호]는 이전까지 발행됐던 모든 무협만화에 신선한 자극을 줬고 한국무협만화의 전개도를 새롭게 그리게 하는 역할을 했다. 선배만화가 문정후의 [용비불패]를 코믹스 무대로 불러낸 것 역시 [열혈강호]였다.

초창기의 한비광, 열혈강호 속표지 컷

최근의 한비광, 열혈강호 표지 일러스트

주인공 한비광은 사파의 신으로 추앙받는 천마신군의 여섯 번째 제자로 뛰어난 경공실력(도망치는 능력)에 비해 무술 실력은 형편없는 한량이다. 우연히 만난 남장여자 담화린을 좋아하고 무림 팔대기보 중 하나인 화룡도를 지니고 있다. 화룡도는 천마신군의 무기로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자가 검을 잡으면 불살라 죽게 만드는 신물이다. 담화린은 정파의 지존인 검황의 손녀딸이다. 할아버지를 찾아 여행을 하던 중 한비광과 동행하게 된다. 모든 사술(邪術)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복마화령검을 지니고 있다.

한비광의 장쾌한 검술 묘사 컷.

2012년 현재 58권의 단행본이 발행됐다. 사파와 정파 간 숙명의 대격전(33권)이 펼쳐진 후 기사회생한 주인공 한비광이 담화린과 함께 신비의 땅 신지(神地)에 들어가서 겪는 영웅서사와 러브로망이 전개 중이다. 결말을 예측할 수 없으나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2년 여 정도 더 연재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힌바 있으니 만20년 간 연재된 작품이 될 전망이다. 누적 판매누수가 500만부를 돌파했고 만화대여점 등을 통해 10억 회 이상 구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화잡지를 통해 연재된 작품 중에서는 최장편·최장수·최다판매라는 3개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열혈강호 PC게임의 이미지 일러스트, 한비광

열혈강호 PC게임의 이미지 일러스트, 담화린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15세 이상의 소년들은 학부모가 됐고 그 아이들은 여전히 [열혈강호]라는 무림의 세계에 새로 진입하고 있다. 그 사이 진입문은 계속 달라졌다. [열혈강호]가 담긴 만화잡지 [영챔프]는 종이잡지(1994년)에서 디지털잡지(2009년)로,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2012년)으로 변화됐다. 외형도 달라지고 소비자도 달라졌지만 한비광과 담화린이 걷고 있는 강호는 여전히 혼란하다.

온라인게임 열혈강호2의 한 장면, 한비광의 아들 한무진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 인기상 등을 수상한바 있고 오늘의 우리만화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 미국 등 10개국 이상의 국가에 수출됐고 온라인게임으로 제작된 ‘열혈강호’는 전 세계 1억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원작의 30년 후 이야기로 세계관을 재설정해서 한비광의 아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열혈강호2’도 서비스 중이다. MBC에서 라디오 드라마가 제작되기도 했고 중국과 합작으로 영화 제작이 진행중이다.

작가에 대하여 : 대중적 감수성과 열정으로 소통하는 만화가 양재현/전극진

스토리작가 전극진은 1968년 생으로 경북에서 태어났다. 애니메이션동아리 애니메이션아트(AA)에 출신으로 1990년 [주간만화]에 [벼랑]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열혈강호] 외에도 박인수와 [재핑], 황진웅과 [렛츠], 박진환과 [브레이커] 등의 작품을 함께했다.

전극진, 양재현. <제공: 류우종 한겨레 기자>

만화가 양재현은 1970년 생으로 부산에서 태어났다. 만화동아리 아트워크(AW) 출신으로 1990년 [소년챔프]에 [몽몽정녀유혼]으로 데뷔했다. 초기 작품으로 [외로운 검객] 외에 몇몇 단편이 있지만 1994년 이후 [열혈강호] 작업에만 전념해왔다.

두 작가는 1989년 각자 활동하던 동아리가 ‘AAW’라는 명칭으로 통합되면서 처음 만났다. 김용의 무협소설과 쓰카사 호조의 [시티헌터]를 유별나게 좋아했던 두 작가는 쉽게 의기투합했다. 만화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거나 문하생 수련기간을 거치지 않았던 두 작가는 90년대 초 만화잡지 창간 붐과 신예만화가 수요 급증 시기가 맞물리면서 독자들과 만났다. ‘문하생에게도 배웠다’고 밝힐 정도로 수련되지 않았던 시기에 데뷔했지만 두 작가가 지닌 대중적 감수성과 동아리 시절부터 품어왔을 만화에 대한 끝없는 열정은 두 작가를 국내 최고 인기 작가로 만들었다. 두 작가와 함께 AAW도 만화명문그룹으로 급성장하며 홍성혁, 김태형, 박인수, 김민수, 주성윤, 윤경중 등을 배출해냈다.

애니메이션아트워크의 약자인 AAW 워드마크가 찍힌 열혈강호 표지

열혈강호 캘린더 일러스트 컷, 팬들을 위한 서비스

명장면 명대사 : 사람이란 때론 질 줄 아는 싸움도 해야

[열혈강호]는 1만 여 페이지에 이르는 초장편 만화이고 강호의 협객들이 즐비하게 등장하는 작품인 만큼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가 존재한다. ‘열혈강호 팬카페’ 회원들은 ‘진상필이 천마신군의 품에서 명을 달리 할 때’, ‘담화린을 방어하기 위해 천운악에게 한비광이 당할 때’, ‘이성을 잃은 한비광이 지옥화룡과 동화되어 엽민천을 단칼에 벨 때’ 등을 꼽는다.

열혈강호의 한 장면, 사내의 행복이란 꿈을 쫒을 때만 존재한다

명대사 역시 독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그중 ‘사내의 행복이란 꿈을 쫒을 때만 존재한다’, ‘사람이란 때론 질 줄 아는 싸움도 해야 할 때가 있다’, ‘원래부터 나쁜 사람은 없다. 단지 생각하는 게 조금씩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을 뿐’ 등의 대사는 [열혈강호]라는 세계를 이끌고 있는 남자들의 사상과 철학이고 생을 받쳐 얻게 되는 교훈이다. 특히 마지막 대사는 송무문주 유원찬이 소년 시절 ‘사파는 모두 나쁜 놈들이어서 정파가 싹 쓸어버려야 한다’고 말하자 그의 아버지가 다독이며 전한 말이다. 나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모인 곳이 강호이고 그 곳에서는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열혈을 뿜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곳 ‘열혈강호’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만나는 지점이다.

열혈강호의 한 장면, 때론 질 줄 아는 싸움도 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박석환/ 만화평론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략기획팀 부장
세종대학교 대학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박사과정에 있고 스포츠서울 신춘문예에 만화평론이 당선된 후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만화비평서 [만화시비탕탕탕], [코믹스만화의 세계]가 있고 만화이론서 [디지털만화 비즈니스-잘가라 종이만화], [만화리뷰쓰기] 등이 있다. 공저로는 [만화], [한국의 만화가 1, 2] 등이 있다. 블로그는 http://blog.naver.com/comicspam이다.
자료협조
한국만화영상진흥원(www.komac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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